어느 날, 초나라의 하급 관리인 ‘이사(李斯)’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쥐’였습니다. 그는 배가 아파 급히 변소에 들어갔는데, 인분을 먹고 있던 쥐들이 화들짝 놀라 달아나는 걸 보았습니다. 볼일을 보고 나온 이사는 이어 곡물 창고를 찾았습니다. 곳간의 문을 열자 이번에는 쥐들이 도망가기는커녕 이사를 뻔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쥐들은 ‘당신이 왜 우리 곳간을 찾아오느냐’ 라는 표정으로 여유롭게 식사를 계속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섬광과도 같은 통찰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아, 우리의 삶도 저 쥐와 비슷한 처지구나?’ 깨달음을 얻은 이사는 이렇게 마음먹습니다. “사람은 타고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진 것이 아니다. ‘변소의 쥐’와 ‘곳간의 쥐’처럼 사람의 잘나고 못남은 단지 환경에 의해 결정될 뿐이다. 지금부터 환경을 바꾸고, 공부를 시작하리라.”
그 후 이사는 아무 미련 없이 하급 관리직을 때려치웠습니다. 그리고는 당대 최고의 학자인 ‘순자(荀子)’를 찾아갔고, 그의 문하에서 천하를 다스리는 제왕학을 배우게 됩니다. 공부를 끝마친 이사는 초나라 왕은 섬길 만한 인물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자신의 고향인 초나라를 버리고, 당시 가장 부유하고 강성한 나라였던 진나라를 찾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진나라로 건너간 이사는 그곳의 실력자인 여불위(呂不韋)를 찾아가 그의 식객이 됩니다. 가신으로 출발한 그였지만, 그의 정치적 수완은 남달랐습니다. 우선 진나라에 대항하는 6국의 제후와 명사들에 대한 회유 협박을 진행했습니다. 동시에 서로를 이간시키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의 이런 음험한 정책은 곧 커다란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그 공으로 인해 법무대신에 임명되고, 마침내 여불위가 실각하자 승상(丞相)의 자리에 까지 오르게 됩니다.
승상 자리는 오늘날로 따지면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자리입니다. 그는 천하통일의 일등 공신이 되어, 진시황 다음으로 천하에서 가장 부유하고 여유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사의 마지막 모습 또한 부유하고 편안했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말년에 접어들어 권력을 잃지 않고 부귀를 지켜내려는 욕심 때문에 위기에 처합니다.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의 흉계에 말려들게 되고, 허리가 잘리는 요참형을 받아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이사는 감옥에서 나와 형장으로 끌려가는 동안 아들을 뒤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너와 함께 삽살개를 데리고 고향의 동문 밖에서 토끼 사냥이나 하면서 늘그막을 보내고 싶었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게 되었구나.”
사람의 성품을 다스리는 데 있어서 중요한 덕목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계(戒)’, 즉 경계하는 것입니다. 『주역』 「계사전」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위험은 지위가 편안할 때, 멸망은 잘 보존되고 있을 때, 변란은 잘 다스려지고 있을 때 그 조짐이 싹튼다. 그러므로 편안할 때 위험을 잊지 않고, 잘 보존될 때 멸망을 잊지 않고, 잘 다스려질 때 변란을 잊지 않는다면, 자신의 몸은 편안하고 나라는 보존될 수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바뀌고 있습니다. 아무 까닭 없이 변하는 게 아니라, 때가 되면 바뀌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변해야만 합니다. 다만 중정(中正) 즉, 사람의 도리를 지키면서 변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주역의 핵심 가르침입니다. 사람에게 나타나는 일은 사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반드시 조짐이나 징후가 있기 마련입니다. 『주역』은 바로 이러한 조짐이나 징후를 미리 감지하고 예측한 다음 방비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책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주역』을 앞날을 내다보는 점술 책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주역』은 옛사람들이 자신의 언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갖 사건과 사고를 스스로 경계하고 다스리기 위해 탐독한 서적이었습니다. 이사의 일화를 통해 자신을 경계하고 또 경계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